영화 《4등》과 《한공주》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남긴 상처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이 글에서는 두 영화의 감정 구조를 비교해봅니다.
영화《4등》과 《한공주》, 말하지 못한 감정은 왜 상처가 될까?
수영을 좋아하지만 늘 4등만 하는 준호. 엄마는 그를 ‘바르게’ 만들기 위해 체벌을 가하는 코치에게 맡긴다. 그 코치는 “애정을 담은 훈육”이라 말하지만, 실상은 체벌을 정당화한 감정 없는 폭력이다. 가장 슬픈 건, 준호가 맞으면서도 끝까지 묻는 말이다. “코치님은 나를 싫어하시나요?”그 한마디엔 모든 감정이 들어 있다. 그는 맞아서 아픈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일까 봐 무서웠던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장면보다, 준호의 침묵과 눈빛에서 감정이 흘러넘친다. 말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오래 남은 감정.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그 감정을 외면했기 때문에 더 깊어진 상처.
피해자에게 감정조차 허락하지 않는 사회
한공주는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다. 하지만 그 사건은 영화의 전면에 나오지 않는다. 영화는 사건 이후의 시간을 따라간다.
가장 불편한 건, 그녀가 전학을 가고, 혼자 살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가는 제 주변 어른들이 그녀에게 묻는 말이다. “너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니?”“왜 도망치듯 굴어?”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감당했고, 감정조차 숨기며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 가장 절절한 감정은공주가 노래를 부르다 무너지는 장면이다. 그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울부짖는 것도 아닌, 소리 없는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로자신 안에 묻었던 고통을 꺼낸다.
침묵이라는 감정의 언어
말하지 못한 감정이 가장 깊은 상처가 되는 순간,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나요? 영화《4등》과 《한공주》는 말하지 못한 감정이 인물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4등》의 준호와 《한공주》의 공주는 서로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만, 감정의 흐름은 너무나 닮아 있다. 그들은 모두 말하지 못한다. 말을 하면, 감정을 드러내면, 자신이 더 이상 버틸 수 없을까 봐. 그래서 침묵한다. 그래서 웃는다. 그래서 아무 일 없는 척한다. 하지만 그 침묵 안에는 누구보다 명확한 감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말보다 더 깊은 상처로 남는다.
감정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견뎌야 하는 것
《4등》의 후반부에서 준호는 자신을 지지해 주는 새로운 코치와 함께 다시 수영을 시작합니다. 그는 여전히 1등이 아니지만, 이제는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게 됩니다. 감정이 회복된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 것이죠.
《한공주》에서 공주는 마지막 장면, 비 오는 운동장 한복판에 멈춰 서 있습니다. 그 장면은 그녀가 도망치지 않고,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마주하는 순간입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슬픔, 공포, 분노가 조용히 눈빛으로, 몸짓으로 흘러나옵니다. 그녀도 회복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껴안는 법을 배운 것입니다.
이 두 영화는 모두 말합니다.
“감정은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하는 것이라고.”
감정의 잔상
영화 《4등》과 《한공주》는 모두 말하지 않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하지만 그들의 침묵에는 수많은 감정이 들어 있다. 부끄러움, 두려움, 억울함, 분노, 그리고 누군가 나의 감정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조용한 외침이 있다. 이 두 영화는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들의 감정을 어떻게 짓누르고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주며,“정말 상처는 끝났는가?”“정말 감정은 회복되는가?”를 묻는다. 《4등》과 《한공주》는 아무도 울지 않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조용히 울고 있습니다. 말하지 못했던 시간들, 감정을 숨기며 버텼던 순간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그 작고도 깊은 상처들이 이 두 영화 속에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이 울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아프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말하지 않았다고 해서 감정이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이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그들이 침묵하는 동안, 우리도 수없이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결론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4등》은 체벌과 성적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무시하는 세상을 그렸고,《한공주》는 피해자에게 감정을 표출할 자격조차 주지 않는 세상을 보여준다. 둘 다 조용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마음에 머문다. 그건 이야기가 슬퍼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 감정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명대사
《4등 (2016)》
“코치님, 저를 싫어하세요?”이 짧은 한 문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입니다. 체벌을 견디며 훈련을 받은 준호가 던진 이 질문은 단순히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존재로서 무시당하지 않고 싶다는 외침이죠.
《한공주 (2013)》
“그냥, 다 괜찮은 척했어요.”공주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꺼낸 이 말은 그녀의 모든 침묵을 설명해 줍니다. 감정이 없어 보였던 그녀는 사실모든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OST 추천
《4등》 OST – 이재학 작곡
“4th Place Main Theme”
준호의 내면을 표현하는 단조로운 테마
“Silent Training”
반복 훈련과 감정 억눌림의 무게를 표현
“Mother's Conflict”
엄마의 미안함, 무력함을 담은 절제된 선율
《한공주》 OST – 문성남 작곡
“한공주의 테마”
어두운 현악이 공주의 침묵과 고통을 감싸는 곡
“노래방 장면 – Tears” (소찬휘)
가장 감정이 터지는 장면, 그녀의 고통이 ‘감정’으로 터지는 순간
“Ending – 비 내리는 운동장”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깊이 남기는 곡
김정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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