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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콜드 워》 vs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시선의 사랑

by aurora33님의 블로그 202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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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여인을 바라보며 촛불을 든 여성이 조용히 감정을 전하는 밤,
이미지 출처:영화[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공식 스틸컷

 

 영화《콜드 워》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시선의 사랑을 통해 이루지 못한 감정의 결을 조용히 풀어낸 영화입니다. 말이 아닌 시선으로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요? 침묵 속에서도 치열했던 사랑의 흔적을 따라가 봅니다.

영화《콜드 워》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시선의 사랑 – 말 대신 바라봄으로 남은 감정들

《콜드 워》는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음악감독 ‘빅토르’와 가수 ‘줄라’의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를 그린다. 이들의 감정은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드물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간결한 행동으로 감정이 전달된다. 폴란드, 베를린, 파리 등 국경을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감정은 늘 상황보다 앞서 있지만, 표현은 뒤늦다. 그것은 감정이 진심일수록 조심스러워지는 인간 심리를 잘 보여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역시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 화가 마리안느는 귀족 여성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의뢰받고 접근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서로에게 감정이 자란다.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침묵 속 교감, 불붙기 직전의 긴장으로 사랑을 나눈다. 그림을 그리는 시선 자체가 사랑의 시작이며, 엘로이즈를 그려나가는 행위는 그녀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다. 두 영화 모두 말보다 먼저 도착한 감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시선과 침묵, 그리고 공간의 연출 속에서 조용히 깊어간다. 관객은 마치 그들 옆에 앉아 있는 것처럼, 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시대가 감정을 막을 때: 금지된 사랑의 구조

《콜드 워》는 냉전시대라는 정치적 배경 속에서 두 주인공의 사랑이 계속해서 막힌다. 동서 유럽을 넘나드는 그들의 관계는 자유롭게 감정을 주고받을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줄라는 한 번은 떠나고, 빅토르는 다시 돌아오고, 그렇게 감정은 반복적으로 끊기고 이어진다.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이지만, 그리움은 점점 더 짙어진다. 결국 두 사람은 감정에 무너지고, 현실을 버리기로 한다. 그러나 그 결말조차 사랑의 완성이 아닌, 조용한 체념으로 마무리된다. 반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시대적 제약보다 사회적 제도와 여성의 삶의 선택권 부재가 사랑을 막는다. 귀족 여성인 엘로이즈는 원하지 않은 결혼을 앞두고 있고, 마리안느는 계약 관계라는 현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두 사람은 잠시의 자유 안에서 서로를 만나지만, 현실은 그 자유를 오래 허락하지 않는다. 특히 마지막 장면, 엘로이즈가 콘서트에서 마리안느가 없는 상태로 음악을 듣고 눈물짓는 장면은, 같은 공간 없이도 감정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두 영화 모두 감정은 깊지만, 사랑은 현실 속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바로 그 결핍이 관객에게 더 큰 여운으로 남는 것이다.

 

1952년 베를린의 재즈 바에서 복잡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남녀,
이미지 출처:영화[콜드워] 공식 스틸컷

감정은 끝나지 않는다: 예술과 사랑의 여운

《콜드 워》의 감정은 음악으로 흐른다. 재즈 클럽, 민속 음악단, 오케스트라 – 장르와 공간은 바뀌지만, 음악은 줄라와 빅토르의 감정을 이어주는 유일한 연결고리다. 말하지 않아도, 함께 노래하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순간마다 감정이 살아난다. 영화의 흑백 톤은 감정을 절제하며, 사랑이 점차 무채색으로 바래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초상화’와 ‘오르페우스 신화’,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여름)’를 통해 감정을 담아낸다. 초상화 속 마지막 터치,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음악, 그리고 책 속 한 줄 – 사랑은 끝났지만 예술 속에 남는다. 마리안느는 그림을, 엘로이즈는 음악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기억한다. 이 두 영화는 사랑이 끝나고도 감정은 예술 속에 살아남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마주한 관객 역시, 영화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그 장면, 그 음악, 그 눈빛을 기억하게 된다.

《콜드 워》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사랑이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오래 기억되는 이야기다. 둘 다 침묵이 많고, 감정을 말로 쉽게 표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은 누구보다 깊고 단단하다. 그래서 이 두 영화는,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전해질 수 있다는 걸 증명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감정을 지금도 마음속에서 반복해서 떠올리게 된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살아 있다.

개인적인 감상 –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남는다

사랑은 늘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시선 하나, 침묵한 줄 속에 그 누구보다 깊은 감정이 담긴다. 《콜드 워》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시대도, 장소도, 관계도 다르지만 말하지 않은 사랑이라는 결에서 강하게 닮아 있다. 두 영화는 사랑을 고백하기보단 감추고, 잡기보단 바라보며,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두 영화는 끝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말보다 더 깊은 시선과 침묵, 그 눈빛 하나에 모든 감정이 담겨 있었다.《콜드 워》의 무채색 사랑은 멀어지기만 했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려질수록 사라져 갔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오래 남는 사랑.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분명 서로를 사랑했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었다.

명대사

《콜드 워 (Cold War)》 

“Let's go to the other side. The view will be better.” “건너편으로 가자. 거기선 더 잘 보일 거야.”

 해석: 단순한 제안처럼 들 리지만, 사실은 그들 삶과 사랑의 방향을 바꾸자는 상징적 대사. 삶의 경계, 사랑의 경계, 체념 끝의 선택을 암시합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Don’t regret. Remember.” “후회하지 마요. 기억하세요.”

  해석: 이 사랑이 끝날 걸 알면서도 시작한 그 순간들에 대한 위로이자 다짐. 말하지 못한 감정조차 사랑이었음을, 마음에 남기자는 고백입니다.

 

추천 OST

《콜드 워 (Cold War, 2018)》 

Dwa Serduszka (Two Hearts) – Traditional Polish Folk Song

두 사람의 관계를 상징하는 곡. 사랑의 단순함과 깊이를 모두 담고 있어요. 반복되는 멜로디가 줄라와 빅토르의 재회와 이별을 닮았습니다.

 

L'illusionniste – Marcin Masecki

파리 재즈 클럽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감각적인 피아노곡. 말없이 흐르는 감정, 그 복잡함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2019)》 

La Jeune Fille en Feu (Young Woman on Fire) – Jean-Baptiste de Laubier & Arthur Simonini

영화의 주 테마곡. 시선과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마다 배경을 채웁니다. 아주 미세한 긴장감과 감정의 떨림이 음악에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Summer (from Vivaldi's Four Seasons) – Antonio Vivaldi

마지막 콘서트 장면에서 엘로이즈가 눈물 흘리며 듣는 곡. 사랑의 절정이 음악으로 다시 떠오르는, 가장 감정적인 장면이죠.

“그들의 사랑은 끝났지만, 음악은 여전히 그 감정을 연주하고 있다.”

외부 링크

감정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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