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마지막 황제》와 《더 퀸》은 절대 권위를 가진 인물들이 왜 가장 고독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줍니다. 권력의 무게는 때때로 감정을 침묵하게 만들고, 체면과 의무는 진심을 가두기도 하죠. 푸이와 엘리자베스 2세, 그들은 왜 누구보다 고독했을까요?
영화《마지막 황제》와 《더 퀸》, 감정을 숨겨야 했던 자들의 슬픔
《마지막 황제》의 푸이는 세 살에 즉위한다. 누구보다도 어린 나이에 ‘천자’가 되었지만, 그에게 주어진 것은 권력이 아니라 철저한 고립과 감정의 통제였다. 웃는 것도, 우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공간. 제국의 중심에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자란다. 《더 퀸》의 엘리자베스 2세 역시 겉으론 완벽한 군주다. 하지만 다이애나가 사망하고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폭발했을 때,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녀는 감정을 보여주는 순간, 여왕이 아니게 된다는 두려움 속에 갇혀 있다. 어릴 때부터 배운 것은 ‘표현하지 않는 감정’이었다.
감정을 말하지 못한 이들의 침묵
영화《마지막 황제》와 《더 퀸》은 시대도 국가도 전혀 다르지만, 절대 권위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잃어버린 인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던 푸이, 그리고 여왕이라는 무게 아래 감정을 내보일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 2세. 그들은 권력을 가졌지만, 동시에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가장 외면당한 존재였다. 푸이는 제국이 무너지고, 황제에서 죄수로 전락한 후에야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욕망을 직면한다. 감정을 말해본 적이 없기에, 자유를 얻고 나서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른다. 영화는 말보다는 표정과 시선, 그 침묵 안에 담긴 감정의 무게로 그를 그린다. 엘리자베스 역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고립된다. 다이애나의 죽음을 둘러싼 국민적 분노 앞에서도 그녀는 “침묵”으로 모든 것을 대처한다. 그러나 그 침묵은 오히려 그녀를 위협하고, 한밤중 멧사슴 앞에서 홀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권위보다 더 강한 감정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권력을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보이는 감정
《마지막 황제》의 마지막 장면. 푸이는 이제 황제가 아닌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간다. 황제의 자리에 앉아보려는 아이에게 “나는 여기에 앉았었어.”라고 말하지만, 그 말에는 더 이상 권위가 없다. 그저 한 인간으로서의 기억이 남아 있을 뿐이다. 《더 퀸》의 마지막도 비슷하다. 엘리자베스는 결국 대중 앞에 감정을 드러낸다. 고개를 숙이고 조의를 표하며, 국민은 그제야 그녀를 인간으로 받아들인다. 권위를 잠시 내려놓았을 때, 진짜 공감이 시작된다.《마지막 황제》와 《더 퀸》은 권위 속에서 감정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보다도 위에 있었지만, 누구보다도 외로웠던 인물들. 그들은 감정을 말하지 못했고, 그래서 더 오래 고독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의 진동을 느끼게 된다. 권위는 사라져도, 감정은 끝내 남는다. 그것이 이 두 영화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감독의 의도
《마지막 황제》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마지막 황제》를 통해 권력의 정점에 있었지만 끝내 고독했던 한 인간의 내면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는 푸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단순한 비극의 아이콘으로 남기는 대신, 시대의 변화 속에서 의미를 잃어가는 존재의 쓸쓸함에 집중했다. 화려한 궁전과 대비되는 주인공의 내면적 고립은, 권위라는 껍데기 아래 숨겨진 감정의 침묵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더 퀸》 –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은 《더 퀸》에서 국가와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인물의 감정적 고립을 조용히 풀어냈다.
엘리자베스 2세를 위대한 상징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공식적인 책임과 개인적인 슬픔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적인 모습을 조명했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권위의 무게가 감정을 억누르고, 침묵이 때때로 가장 큰 외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명대사
《마지막 황제》
“나는 황제가 아니야. 단지 한 사람일 뿐이야.” (푸이가 황제로서의 삶을 내려놓은 뒤, 과거를 회상하며 남긴 뉘우침이 묻어나는 말) 제국의 중심에서 철저히 고립된 인간의 외로움이 응축된 대사
《더 퀸》
“당신은 더 이상 평범한 여자가 아니에요. 세상의 눈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비서관이 여왕에게 감정을 통제하라고 조언하는 장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곧 책임이라는, 권위의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명대사
감상평 – 말하지 못한 고독, 그 속에 남은 인간
두 사람 모두, 권위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감정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말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었다.
푸이는 황제였지만 철창에 갇힌 삶을 살았고, 엘리자베스는 여왕이었지만 슬픔조차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이 두 영화는 권력이 인간의 감정을 얼마나 지워버리는지, 그리고 침묵 속에서 울려 퍼지는 진짜 고독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알려준다. 그 침묵이야말로, 가장 큰 이야기였다.
OST 추천
《마지막 황제》
The Last Emperor Theme – Ryuichi Sakamoto
고요하면서도 점점 웅장해지는 구성, 권력의 상징성과 인간의 고독이 동시에 느껴지는 명곡
《더 퀸》
Elizabeth & Tony – Alexandre Desplat
절제된 피아노와 현악으로 여왕의 내면을 그려냄 , 사운드만으로도 감정의 균열이 들리는 듯한 곡
외부 링크
《마지막 황제》
《더 퀸》
감정을 다룬 또 다른 영화 이야기
[영화] - 영화 소울 vs 인사이드 아웃– 감정과 존재, 삶을 이해하는 두 개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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