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어느 가족》과 《우리들》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진짜 가족일 수 있는지를 묻습니다. 연결된 것 같지만 외로웠던 관계 속 감정은, 과연 누구의 것이었을까요?
영화《어느 가족》과 《우리들》, 우리는 왜 함께 있어도 외로울까
《어느 가족》에서 시바사키 가족은 실제로는 법적 가족이 아니며, 혈연으로도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안아주고, 아플 땐 함께 울고, 밤에는 한 이불 아래에서 잠든다. 그들에게 가족은 ‘정의’가 아닌 ‘감정’이다. 그래서 그 감정은 말이 없어도 전해진다. 《우리들》에서 선과 지아는 초등학생이지만, 어른보다 더 깊은 외로움을 안고 있다. 처음으로 함께 놀고, 함께 웃는 사이가 되지만 그 유대는 너무 쉽게 흔들린다. ‘왜 말 안 했어?’라는 물음 대신, 둘은 말없이 멀어진다. 그 침묵 속에 더 많은 감정이 숨어 있었다.
선택된 관계, 그래서 더 취약했던 감정
영화《어느 가족》과 《우리들》은 서로 다른 나이, 다른 환경의 인물들을 다루지만 모두 ‘가족’이라는 말에 속하지 않는 관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혈연이 아닌 유대로, 선택이 아닌 감정으로 이어진 사이들. 시바사키 가족은 세상이 인정하지 않는 관계다. 아이를 데려온 것도, 함께 살아가는 것도 모두 ‘법’ 밖의 일이었다. 그래서 그 유대는 누구보다 강했지만, 누구보다도 쉽게 무너졌다. 세상이 말하는 ‘진짜 가족’ 앞에서 그들의 감정은 자격을 잃는다. 선과 지아 역시, 단 한 마디, 단 한순간의 오해로 관계가 무너진다. 피를 나누지 않았기에, 설명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사이엔 ‘선택받지 못했다는 상처’가 남는다. 누구보다 가까웠지만, 결국 ‘우리’라는 말은 끝내 지켜지지 않는다.
함께한 기억은 끝내 가족보다 오래 남는다
《어느 가족》의 마지막 장면. 아이와 할머니는 더 이상 함께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 듯 보이지만, 그들만이 아는 따뜻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순간이 진짜였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들》에서도 선과 지아는 다시 서로의 곁을 맴돌지만, 예전처럼 웃지는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남아 있는 건 ‘함께한 기억’이다. 짧았지만, 가장 따뜻했던 시간. 그 시간만큼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가족이었다.《어느 가족》과 《우리들》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계보다 감정, 정의보다 기억으로 답한다. 법과 혈연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두 영화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결국 가족은 함께 울고, 웃고, 말없이 곁에 있었던 시간의 누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은, 끝났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속 어딘가에, 그 감정은 조용히 살아 있다.
감독의 의도
《어느 가족》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혈연을 기준으로 한 가족의 틀을 벗어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보듬는 감정의 연결이 가족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하고 섬세하게 풀어낸다. 하지만 동시에, 그 따뜻함 속에 감춰진 이별과 사회적 현실을 드러내며,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꼭 안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감정의 진폭도 함께 보여준다.
《우리들》 – 윤가은 감독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을 통해 어린 시절의 관계가 얼마나 깊고, 또 쉽게 상처받는지를 보여준다.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사소해 보일 수 있는 작은 배제와 친밀감 속에서, 감독은 아이들의 세계가 결코 작지 않으며, 가장 순수한 감정이 가장 날카로운 상처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우리들》은 어른이 되어서야 깨닫게 되는 감정의 본질, 그리고 함께 있으면서도 외로울 수 있는 관계의 민낯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명대사
《어느 가족》
“우리가 가족처럼 보여서… 그랬나 봐요.” 가장 슬프고도 따뜻한 한 마디. 혈연이 없었지만, 감정은 누구보다 진짜였음을 증명하는 대사.
《우리들》
“나 혼자였잖아… 그때 나 혼자였어.” 선이 지아에게 터트린 감정의 절규.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왔지만, 어른보다 깊은 외로움이 담긴 대사.
감상평
말하지 않아도 이어졌던 마음, 끝내 지켜내지 못했던 사이
《어느 가족》과 《우리들》은 가족과 친구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침묵의 감정을 다룬다.
함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이라 믿고, 말하지 않아도 통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두 영화는 조용히 묻는다."우리는 정말 연결되어 있었던 걸까?"어쩌면 가족도, 친구도말하지 않으면 놓치고, 돌아보지 않으면 사라지는 가장 취약한 감정의 연결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았던 그 마음들은 진짜였고, 함께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OST 추천
《어느 가족》
“Shoplifters Theme” – Haruomi Hosono
서정적이고 잔잔한 멜로디, 가족이 함께 있는 순간의 정적을 그대로 담아냄
《우리들》 OST
“우리들의 여름” – 모노레일
아이들의 시선으로 본 세상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테마곡고요하지만 떨리는 감정선과 매우 잘 어울림
외부 링크
《어느 가족》
《우리들》
감정을 다룬 또 다른 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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