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킬링 디어와 마더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선택해야 했던 극단적인 결정을 다룹니다. 이 글에서는 두 작품이 보여주는 모성, 희생, 죄책감의 감정을 비교합니다.
《킬링 디어》와 《마더》, 사랑이 선택을 강요할 때 감정은 어디로 흐르는가?
외과의사 스티븐은 완벽한 가정을 이뤘지만, 과거 수술 중 실수로 한 소년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죄책감을 품고 있다.
그 소년 ‘마틴’이 그의 가정에 기이한 저주처럼 접근하면서, 가족은 하나둘씩 이유 없는 병증에 시달린다. 결국 마틴은 말한다. “한 명을 선택해 죽여야 모두가 산다.”스티븐은 세 명의 가족 중 한 명을 직접 선택해 죽여야만 하는 윤리적 공포에 직면한다.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 중에서. 그의 ‘사랑’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그가 택한 선택은 사랑일까, 자기 보존일까?
이 영화는 **신화적인 구조(이피게니아의 제물)**를 차용해 현대사회에서의 ‘윤리적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감정이 결코 이성보다 가볍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진실 앞에서도 끝까지 감싸려 했던, 광기 어린 모성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지적 장애 아들을 둔 여성이 살인사건의 누명을 쓴 아들을 구하려 하며 벌어지는 광기의 여정이다. 영화 속 ‘엄마’는 세상이 정의라고 말하는 것들보다, 자신만의 사랑과 진심을 믿고 달려간다. 그 끝에 진짜 범인을 알게 된 순간, 그녀는 선택한다. 진실을 덮는다.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이 영화는 엄마의 사랑이 때로는 가장 잔인하고 가장 순수한 동시에 가장 파괴적인 감정이 될 수 있음을 그린다.그리고 관객은 묻게 된다. “내가 그 엄마였다면,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선택의 이름으로 포장된 파괴
이 두 영화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앞세우지만, 그 안에는 냉혹한 희생과 죄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스티븐은 가족 중 한 명을 잃고, 마더는 진실을 파묻는다. 사랑은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랑이기에, 더 큰 상처를 남겼다. 관객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도 그들의 선택을 외면하지 못한다. 왜일까? 아마도 우리 안에도 누군가를 위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은 순간이 분명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은 구원인가, 무너짐인가
《킬링 디어》의 스티븐과 《마더》의 ‘엄마’는 모두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결국은 사랑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스티븐은 한때의 실수로 시작된 죄책감을 가족의 ‘희생’을 통해 씻어내려 한다. 그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선택을 하면서도, 이것이 공정하다고 믿으려 애쓴다. 한편 《마더》 속 엄마는 아들의 결백을 위해 진실조차 부정하며, 정의와 현실보다 아들을 감싸는 모성의 감정을 믿는다. 그녀는 이성도, 도덕도 버린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선택은 결국 “사랑은 절대적인가?”라는 질문에 잔혹하고 모호한 답을 남긴다.
인간이 사랑을 핑계로 저지르는 잔인함
이 두 영화의 무서운 점은, 인물들이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 하면서도 누군가를 망가뜨린다는 데 있다.
《킬링 디어》에서 스티븐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누군가를 선택”한다. 그 선택이 정당화되거나 미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사랑의 이름으로 윤리를 버린다.《마더》에서 엄마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묻는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또 다른 피해자를 외면한 죄인이 된다. 그녀의 사랑은 아름답지도, 옳지도 않다.이들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킨다.
결국, 아무도 구원받지 못했다
두 영화 모두에서 인물은 “최선”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누구도 온전하지 못하다.《킬링 디어》의 가족은 살아남지만, 그들의 관계는 영원히 깨진다. 아무도 “왜 내가 살아남았는가”를 설명할 수 없다. 사랑이 남은 게 아니라 상처만 남는다.
《마더》는 아들이 사회로 돌아가지만,엄마는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진실을 버렸고, 자기감정에 스스로 갇힌다.두 영화는 말한다. 사랑이 언제나 구원이 되는 건 아니라고. 때로 사랑은, 가장 무서운 파괴가 되기도 한다고.
그래서 이 영화들이 특별한 이유
영화 《킬링 디어》와 《마더》는 모두 "부모"라는 역할 안에 숨어 있는 불안과 파괴적인 사랑의 민낯을 드러낸다. 하나는 차가운 고전비극처럼, 다른 하나는 광기로 얼룩진 멜로드라마처럼 진행되지만, 결국 두 영화는 똑같이 묻는다.《킬링 디어》와 《마더》는 단지 가족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이들은 도덕과 감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자신을 합리화하고, 얼마나 무력하게 누군가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관객은 이들의 선택을 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나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리고 불편하게도, 그 질문에 쉽게 “아니”라고 답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
감상 요약
나는 《킬링 디어》를 보고 감정이 아니라 윤리가 무너지는 순간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마더》를 보면은, 도덕과 모성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포기할까를 고민하게 됐다. 두 영화는 결코 위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감정의 깊이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감정 정리
“사랑은 반드시 옳은 선택일까?”《킬링 디어》와 《마더》는 그 질문에 찬란하게 불편한 대답을 남긴다.
명대사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7)》
“It’s the only thing I can think of that’s close to justice.” “이게 그나마 공정하다고 생각되는 방법이야.”
– 스티븐이 가족 중 한 명을 죽이는 조건을 받아들이며 하는 말. 그의 이 말은, 사랑이 아닌 논리로 선택한 ‘희생’의 공포를 대변한다.
《마더 (Mother, 2009)》
“엄마는 잘못한 적 없어. 한 번도.”– 영화 마지막, 진실을 알고도 외면한 엄마의 광기 어린 자기 최면 그 말에는 사랑과 망각이 뒤섞인 모성의 끝이 있다.
OST 추천
《킬링 디어》 OST
작곡: J.S. 바흐, 리게티, 슈베르트 외 (클래식 기반 편곡)
“Scherzo (Schubert)”
→ 불길한 긴장감이 영화 내내 흐르며 선택의 공포를 감싸는 테마
“Musica Ricercata II – György Ligeti”
→ 미묘한 불안과 절제된 광기를 상징하는 곡 (스탠리 큐브릭 스타일과 유사)
“Concerto for Violin and Strings in G” – Vivaldi
→ 아이러니하게 평온한 바흐의 선율이 인간의 공포를 더 강조함
《마더》
작곡: 이병우
“Mother’s Theme”
→ 잔잔하지만 섬뜩한 선율. 모성이라는 감정을 애도하듯 다룬다.
“Panic”
→ 사건이 진행될수록 쌓이는 내면의 분열과 불안
“Final Memory”
→ 엔딩에 흐르는 곡. 사랑이면서도 저주인 감정을 마무리 짓는 테마
외부링크
《킬링 디어》IMDb –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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