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너지는 순간, 감정은 어떤 흔적을 남길까요? 영화《투 비 블루》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부서지는 사랑을 통해, 인물들이 삶과 예술, 사랑을 어떻게 견뎌내는지를 그려냅니다.
영화《투 비 블루》와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부서지는 사랑, 예술과 삶 사이에서 흔들리는 감정
쳇 베이커는 천재적인 트럼펫터였지만, 마약 중독과 자학적인 삶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린 인물이었다. 이 영화는 그의 부활이 아니라, 그가 무너진 자리에서 어떻게 사랑을 다시 붙잡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를 돌보고, 연주하도록 도운 여성 제인은 그저 연인이 아니라, 그가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 거울과 같았다. 그녀 앞에서 쳇은 처음으로 울 수 있었고, 처음으로 진심을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쳇은 그녀를 떠난다. 사랑보다는 음악을 택한다. 사랑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이 영화는 잔인할 만큼 현실적이다. 사랑은 모든 걸 이기지 못한다.
그 대신 한때 당신을 붙잡아 주었던 기억이 되어, 음악처럼 남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 삶을 넘어서기 위한 연대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을 진단받고도, 한계를 지성으로 뛰어넘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의 과학적 업적보다,
그와 제인 사이의 조용하고 위대한 사랑의 시간에 더 집중한다. 제인은 간병인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걸고 그와 함께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결혼은 끝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장면은 비극이 아니라 고요한 승리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서로를 지켜낸 것이었기 때문이다.‘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말한다.
사랑은 때로 지속보다, 함께한 시간의 깊이로 증명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과학처럼 논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감정만큼은, 진실했다.
사랑은 때로, 머물지 않는다
영화 『본 투 비 블루』와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각각 재즈 트럼펫터 '쳇 베이커'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삶을 다룬 실화 영화다. 장르는 다르지만 이 두 영화는 똑같이 무너지는 순간 속에서 사랑이 어떻게 인간을 붙잡아 주는가를 묻는다.
예술과 지성, 육체의 붕괴 속에서도 지속된 감정. 결국 이 영화들은 완전한 사랑이 아닌, 견디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두 영화의 사랑은 모두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 쳇은 제인을 떠났고, 호킹과 제인은 이혼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관객의 마음속에 남는 건 이별이 아니라 그 사랑이 머물렀던 흔적이다. 쳇이 무대 위에서 트럼펫을 불던 순간, 그 안엔 제인을 향한 감정이 녹아 있었고, 호킹이 휠체어에 앉아 “우리는 모두 별에서 왔다”라고 말하던 순간, 그 옆엔 제인의 흔적이 있었다.
둘 다 사랑이 전부였던 적은 없지만, 사랑이 없었다면 지금 이들이 없었을 것이다.
감상평
이 두 영화를 보고 나면 묘하게 씁쓸하다. 그런데 그 씁쓸함이 오래 남는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고 싶지만, 현실은 사랑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아프고, 더 아름답다. 사랑은 결국, 누군가를 살게 한 힘이자, 끝내 자기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만든 거울이다. 쳇과 호킹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 거울을 응시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눈빛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랑을 했었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OST 추천
《본 투 비 블루》 (Born to Be Blue, 2015)
My Funny Valentine – Chet Baker
→ 쳇 베이커를 상징하는 대표곡. 영화 속에서도 그의 감정과 함께 흐르는 가장 중요한 테마.
Born to Be Blue – Ethan Hawke
→ 주연 배우가 직접 부른 곡. 허무와 감미로움이 공존하는 목소리로 재해석된 쳇 베이커.
Over the Rainbow (Jazz ver.)
→ 상처 입은 쳇이 음악으로 꿈꾸는 이상향.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Arrival of the Birds – The Cinematic Orchestra
→ 영화 후반부 장면에서 사용. 삶의 경이로움을 감성적으로 표현.
Cambridge 1963 – Jóhann Jóhannsson
→ 호킹과 제인이 처음 만나는 시기의 설렘과 가능성, 젊음의 떨림이 담긴 곡.
A Game of Croquet – Jóhann Jóhannsson
→ 제인과의 일상이 서서히 병과 뒤섞이던 시점의 고요한 슬픔.
명대사
《본 투 비 블루》
“You always said I played like I was crying... maybe I am.”
“당신은 늘 내가 우는 것처럼 연주한다고 했죠... 어쩌면 진짜 그랬던 걸지도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re should be no boundaries to human endeavor. We are all different. However bad life may seem, there is always something you can do, and succeed at.”
“인간의 노력에는 한계가 없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죠. 삶이 아무리 힘들어 보여도, 우리가 할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무언가는 반드시 있어요.”
외부링크
감정을 다른 또 다른 영화 이야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킬링 디어》 vs 《마더》 –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를 희생시켜야만 했던 선택 (0) | 2025.04.12 |
---|---|
영화 《더 웨일》 vs 《엘리펀트 맨》 -존재의 고백 (0) | 2025.04.12 |
영화 《암살》 vs 《허스토리》 -기억해야 할 그녀들 (0) | 2025.04.10 |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vs 《필라델피아》 – 차별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지켜낸 감정의 기록 (0) | 2025.04.09 |
영화 《소울》 vs 《인사이드 아웃》 – 감정과 존재, 삶을 이해하는 두 개의 눈 (0) | 2025.04.09 |